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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
00:00:30,530 --> 00:00:32,866
[물소리가 들린다]

4
00:00:53,845 --> 00:00:55,889
[차분한 음악]

5
00:03:14,986 --> 00:03:16,237
[갈매기 울음]

6
00:04:33,106 --> 00:04:37,694
(경찰)
이제 4월 1일부터 저희가
저도 어장이 개장이 됩니다

7
00:04:37,777 --> 00:04:41,698
관련해 가지고 절대 월선 조업을
하시면 안 되겠습니다

8
00:04:41,781 --> 00:04:44,117
북한에 피랍될 가능성도 있고

9
00:04:44,200 --> 00:04:46,703
물론 저희는 여러분이
일부러 조업 구역을

10
00:04:46,786 --> 00:04:48,913
이탈하지 않는다는 것을
잘 알고 있습니다

11
00:04:48,997 --> 00:04:51,291
(군인)
하지만 저도 어장 같은 경우

12
00:04:51,374 --> 00:04:52,959
북한과 거리가 가깝고

13
00:04:53,042 --> 00:04:55,253
함포를 맞대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

14
00:04:55,336 --> 00:04:59,048
언제든지 피랍 및 피격의 원인이
될 수 있으므로

15
00:04:59,132 --> 00:05:00,550
항상 주의를 가지고

16
00:05:00,633 --> 00:05:03,803
월선하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길
당부드리겠습니다

17
00:05:05,054 --> 00:05:06,889
[풀벌레 울음]

18
00:05:55,897 --> 00:05:58,608
[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]

19
00:05:59,776 --> 00:06:01,944
[파도가 철썩인다]

20
00:06:07,158 --> 00:06:09,118
[말소리가 들린다]

21
00:06:40,149 --> 00:06:41,776
[긴장되는 음악]

22
00:06:56,749 --> 00:06:57,792
(명호)
추월하지 마세요

23
00:06:57,875 --> 00:07:00,419
아이, 속도 좀 낮춰
추월하지 말라고, 추월

24
00:07:02,213 --> 00:07:05,633
(명호)
오늘은 남한 최북단 저도 어장
개장일이거든요

25
00:07:07,218 --> 00:07:10,638
겨울에 폐쇄했다가
매년 4월 1일에 열리죠

26
00:07:10,721 --> 00:07:14,642
좁기는 해도 개방하는 첫날은
수확량이 엄청 많거든요

27
00:07:14,725 --> 00:07:17,311
이 근처 있는 배, 없는 배 다 나오죠

28
00:07:17,395 --> 00:07:19,063
[사람들이 소리친다]

29
00:07:21,732 --> 00:07:23,609
(해양 경찰)
예, 청진호 통과요

30
00:07:25,278 --> 00:07:27,947
(명호)
근데 여긴 북한하고
바로 붙어 있는 바다거든요

31
00:07:28,614 --> 00:07:32,118
그래서 해경 배도 오고 해군 배도 오고
군함도 오고

32
00:07:33,244 --> 00:07:34,745
경계가 삼엄하죠

33
00:07:36,289 --> 00:07:39,000
머구리 잠수 배가 7척밖에 안 되는데

34
00:07:39,959 --> 00:07:43,337
해녀 배, 문어 낚시 배, 그물배

35
00:07:43,421 --> 00:07:45,381
한 300척은 나온 것 같네요

36
00:07:45,465 --> 00:07:47,300
바다는 좁은데

37
00:07:47,383 --> 00:07:49,302
(명호)
완전 전쟁이야, 전쟁

38
00:07:49,385 --> 00:07:51,429
야, 참 대단하네

39
00:07:53,639 --> 00:07:55,516
(선장)
배가 끔찍이 많아졌어

40
00:07:56,267 --> 00:07:59,437
해마다 배가, 배 숫자가 증가하네
해마다

41
00:08:00,229 --> 00:08:03,483
[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]
(명호)
야, 해녀 배들은 늦게 올라와도 되는데

42
00:08:03,566 --> 00:08:05,818
조금 늦어도 되는데
앞에서 더하네, 더해

43
00:08:05,902 --> 00:08:07,904
[사이렌 소리가 울린다]

44
00:08:12,033 --> 00:08:13,743
(해양 경찰)
현 시각 저도 어장

45
00:08:13,826 --> 00:08:15,828
해수역 입어를 허가합니다

46
00:08:15,912 --> 00:08:18,372
[긴장되는 음악]

47
00:08:48,277 --> 00:08:49,529
(명호)
우리 배를 세게 몰면

48
00:08:49,612 --> 00:08:51,656
한 1분이면 북한 갑니다

49
00:08:56,702 --> 00:08:59,288
여기 바다가 남한과 북한의

50
00:09:00,289 --> 00:09:02,375
군사 분계선 바다죠

51
00:09:02,458 --> 00:09:05,294
그래서 군사적인 긴장감도 높고

52
00:09:05,378 --> 00:09:07,880
전쟁 연습도 많이 하고

53
00:09:10,091 --> 00:09:13,511
다음 날 가면
이런 모형 비행기에다가

54
00:09:13,594 --> 00:09:14,971
포 쏘는 훈련을 한 흔적이

55
00:09:15,054 --> 00:09:17,723
이렇게 물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죠

56
00:09:33,364 --> 00:09:34,532
(선원)
자, 들어간다

57
00:09:54,677 --> 00:09:56,178
[물소리가 흘러나온다]

58
00:10:02,310 --> 00:10:05,438
(명호)
컴프레셔를 돌려서 생긴 압축 공기를

59
00:10:05,521 --> 00:10:08,983
호스를 통해서 머구리에게 내려 줍니다

60
00:10:10,693 --> 00:10:13,362
오직 이것 하나에 의지해서
물속에 들어가 있죠

61
00:10:15,740 --> 00:10:16,991
내려가려면 투구 구멍으로

62
00:10:17,074 --> 00:10:19,577
공기를 배출시켜서 가라앉게 하고

63
00:10:19,660 --> 00:10:24,373
올라가려면 잠수복에 공기를
풍선처럼 채워서 올라가죠

64
00:10:36,135 --> 00:10:37,803
(선원)
앞쪽으로 내려가지 마라

65
00:10:37,887 --> 00:10:39,639
지가리가 너무 많다

66
00:10:46,145 --> 00:10:48,939
앞쪽에 수산호 있다, 수산호, 수산호

67
00:10:54,987 --> 00:10:56,947
(명호)
저도 어장같이 좁은 바다에서는

68
00:10:57,031 --> 00:10:59,241
머구리들끼리 자주 만나죠

69
00:11:04,664 --> 00:11:07,541
줄이 엉켜서 풀지 못하고 어디 걸리면

70
00:11:07,625 --> 00:11:10,836
올라가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거든요

71
00:11:12,046 --> 00:11:15,257
급하게 돌아서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
빨리 가야 합니다

72
00:11:31,649 --> 00:11:33,567
(명호)
좀 빠졌어? 지가리 좀 빠졌어?

73
00:11:33,651 --> 00:11:35,277
- (명호) 빠졌나, 좀?
- (선원) 아니, 그대로네

74
00:11:35,361 --> 00:11:38,322
(명호)
안 빠졌나, 아직도, 하나도?
[선원이 호응한다]

75
00:11:43,869 --> 00:11:45,830
[선원과 명호가 대화한다]

76
00:11:47,873 --> 00:11:50,418
아침부터 그게 낫더라고, 차라리

77
00:11:50,501 --> 00:11:51,710
(선원)
갈 수가 없어

78
00:11:51,794 --> 00:11:54,630
(명호)
아니, 문어 몇 마리 잡아 봤자
[선원이 호응한다]

79
00:11:54,713 --> 00:11:56,924
문어 몇 마리 더 잡아 봤자
그게 그거야

80
00:12:04,765 --> 00:12:06,392
(선장)
갈 수가 없어, 지금

81
00:12:06,475 --> 00:12:07,768
꽉 찼기 때문에 갈 수가 없어
[선원의 탄식]

82
00:12:07,852 --> 00:12:09,353
여기가 괜찮을까? 저기가…

83
00:12:09,437 --> 00:12:11,564
아니야, 더 앞으로 가
여기서 못 해, 여기서 못 해

84
00:12:11,647 --> 00:12:12,731
(선장)
어

85
00:12:12,815 --> 00:12:14,108
여기는 거리 자체가

86
00:12:16,527 --> 00:12:17,486
[부르는 신음]

87
00:12:21,657 --> 00:12:23,742
(명호)
아니, 어디를 가
넓은 데가 없어, 넓은 데가 없어

88
00:12:23,826 --> 00:12:26,412
세워, 세워
넓은 데가 어디 있냐고

89
00:12:30,833 --> 00:12:33,294
[선원이 걱정한다]
여기 해야지, 여기 해야지
여기 해야지

90
00:12:34,170 --> 00:12:35,463
[사람들이 분주하다]

91
00:12:47,600 --> 00:12:49,351
[차분한 음악]

92
00:13:37,608 --> 00:13:38,859
(명호)
당겨

93
00:14:17,022 --> 00:14:20,192
[선장과 선원의 힘주는 신음]

94
00:14:50,598 --> 00:14:52,641
[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]

95
00:15:03,819 --> 00:15:06,864
(남자1)
아, 여기다 얹어 놔요
얹어 놓고 바구니 하나 더 갖고 와요

96
00:15:06,947 --> 00:15:08,198
[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]

97
00:15:08,282 --> 00:15:09,950
여기다 놓고
바구니나 하나 더 갖고 와요

98
00:15:11,285 --> 00:15:12,995
두 개 더 갖고 와도 되겠다

99
00:15:27,301 --> 00:15:29,094
[사람들이 대화한다]

100
00:15:31,221 --> 00:15:32,848
(남자2)
13kg 있었죠?
[선장이 호응한다]

101
00:15:45,361 --> 00:15:46,654
[새가 지저귄다]

102
00:16:00,793 --> 00:16:03,212
[명호의 거친 숨소리]

103
00:16:03,295 --> 00:16:04,129
[명호의 힘겨운 신음]

104
00:16:10,552 --> 00:16:14,473
(명호)
일상이 아침 5시에 나갔다가

105
00:16:14,556 --> 00:16:16,809
5시 반, 6시 입수

106
00:16:16,892 --> 00:16:20,312
그다음에 12시 반, 1시 올라오고

107
00:16:20,396 --> 00:16:23,774
그다음에는 밥 먹고 쉬고
그다음 운동하고

108
00:16:24,650 --> 00:16:26,151
하루가 다 가요
[명호의 거친 숨소리]

109
00:16:37,997 --> 00:16:39,540
(명호)
내일모레 말이야

110
00:16:39,623 --> 00:16:42,459
내일모레 저녁에 시간이 좀 되나?

111
00:16:43,919 --> 00:16:45,713
내일모레가 말복이거든

112
00:16:46,714 --> 00:16:50,175
그래서 저, 집에 와서 식사 한 끼 하자

113
00:16:50,259 --> 00:16:51,927
성관이네도 오라 그랬거든

114
00:16:53,178 --> 00:16:58,350
그, 뭐야, 토종닭이나 한 두어 마리
만들어서 먹자

115
00:17:03,313 --> 00:17:04,648
[웃음]

116
00:17:05,607 --> 00:17:06,525
(순희)
응

117
00:17:11,071 --> 00:17:12,865
[함께 대화한다]

118
00:17:15,117 --> 00:17:16,243
(성관 부인)
안녕하세요

119
00:17:16,326 --> 00:17:17,703
(순희)
어, 어서 오세요

120
00:17:17,786 --> 00:17:19,371
[사람들이 대화한다]

121
00:17:19,455 --> 00:17:20,914
(명호)
아유, 왔구나

122
00:17:20,998 --> 00:17:22,666
[저마다 인사한다]

123
00:17:22,750 --> 00:17:25,085
(성관)
너무 안 와서 우리 먼저
한잔 먹고 있었어

124
00:17:25,169 --> 00:17:26,962
(명호)
말복 모임인데 그저

125
00:17:27,463 --> 00:17:30,340
그저 알짜 공산당원들만 불렀어
[사람들의 웃음]

126
00:17:32,009 --> 00:17:33,552
(명호)
잔들 따르고

127
00:17:33,635 --> 00:17:37,681
그다음에 저, 오늘
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

128
00:17:38,348 --> 00:17:40,434
좀 소개부터 좀 했으면 하는데

129
00:17:40,517 --> 00:17:42,686
아, 뭐, 고향도
다 말해야 되는 거예요?
[저마다 말한다]

130
00:17:43,771 --> 00:17:45,439
(성관)
집중, 내 말 들어요

131
00:17:46,273 --> 00:17:47,524
[사람들의 웃음]

132
00:17:47,608 --> 00:17:51,361
- 뭐, 제 이름은 옥성관이고요
- (여자1) 집중

133
00:17:51,445 --> 00:17:55,199
나이는 마흔두 살, 73년생요

134
00:17:55,282 --> 00:17:58,952
[아이의 웃음]
그렇게 하고 뭐, 지금 거진에서 있어요

135
00:17:59,036 --> 00:18:01,413
배는 저, 속초 11조 배 타고

136
00:18:01,497 --> 00:18:03,874
(성관)
아이, 뭐, 그거 다예요
[성관의 웃음]

137
00:18:03,957 --> 00:18:05,542
(여자1)
고향

138
00:18:06,210 --> 00:18:07,836
[사람들의 박수]
- (여자1) 고향
- 고향?

139
00:18:07,920 --> 00:18:11,715
[저마다 말한다]
(성관)
고향은 저, 황해도 해주

140
00:18:11,799 --> 00:18:14,551
제 이름은 윤용진이고요

141
00:18:16,345 --> 00:18:19,640
(용진)
나이는 마흔두 살
성관이하고 동갑이고

142
00:18:20,808 --> 00:18:24,061
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시요

143
00:18:24,853 --> 00:18:28,065
어, 함경도 회령이 고향이고

144
00:18:28,148 --> 00:18:30,234
한국에 온 지는
2007년 10월에 왔으니까

145
00:18:30,317 --> 00:18:31,527
이제 7년 차, 만

146
00:18:32,111 --> 00:18:35,989
(여자2)
지금 제2의 인생을 위해서

147
00:18:36,073 --> 00:18:39,660
열심히 준비 중에 있는 사람입니다

148
00:18:39,743 --> 00:18:41,286
[사람들이 환호한다]

149
00:18:41,370 --> 00:18:45,499
(명호)
저, 저기, 뭐야, 서울 저, 뭐야
거기 무슨 산이야?

150
00:18:45,582 --> 00:18:47,000
(순희)
북한산?

151
00:18:47,084 --> 00:18:49,503
아, 서울 북한산에서 말이야
[사람들의 웃음]

152
00:18:49,586 --> 00:18:52,256
돌멩이 던지면, 돌 던지면
[순희가 호응한다]

153
00:18:52,339 --> 00:18:56,093
김 씨가 맞나, 이 씨가 맞나
박 씨가 맞나?

154
00:18:56,176 --> 00:18:58,470
(순희)
그래, 김 씨가 맞는다잖아
김 씨가 많아서

155
00:18:58,554 --> 00:18:59,847
(여자1)
이 씨도 많을 것 같은데

156
00:18:59,930 --> 00:19:03,809
지금은 있지, 그건 옛날 소리고
지금은 택시가 맞아
[여자1이 호응한다]

157
00:19:03,892 --> 00:19:05,769
[사람들이 웃는다]

158
00:19:07,229 --> 00:19:08,814
(순희)
그건, 그건 유머고

159
00:19:10,023 --> 00:19:12,401
[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]
(명호)
잠수부 마누라는

160
00:19:13,318 --> 00:19:15,863
항상 어느 순간에도
[사람들이 호응한다]

161
00:19:15,946 --> 00:19:18,782
내가 홀로서기 할 마음의 준비를
갖추고 있어야 돼

162
00:19:18,866 --> 00:19:21,410
자기가 이제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

163
00:19:21,493 --> 00:19:23,203
(여자1)
자기 계발을 해야지
[명호가 호응한다]

164
00:19:23,287 --> 00:19:25,956
그 자기 계발 준비를
딱 갖추고 있어야 돼

165
00:19:26,039 --> 00:19:29,251
(순희)
다들 환경에 맞게 닥치면 다 해
아무 사람이나

166
00:19:30,752 --> 00:19:32,838
(명호)
나는 죽자 해도 당신 때문에 못 죽어
[사람들의 웃음]

167
00:19:32,921 --> 00:19:34,715
(순희)
괜찮아

168
00:19:34,798 --> 00:19:35,799
[잔잔한 음악]

169
00:19:36,925 --> 00:19:39,636
산 놈은 다
이렇게든 저렇게든 다 살아

170
00:19:39,720 --> 00:19:40,554
걱정 말아

171
00:19:40,637 --> 00:19:44,433
(명호)
내가 잠수부로서
내가 물속에서 일하다 죽으면

172
00:19:44,516 --> 00:19:47,060
그건 이제 가장 큰 영광이다

173
00:19:47,144 --> 00:19:49,021
가장 큰 복이다

174
00:19:49,104 --> 00:19:53,483
나를 위해서 평생 서비스한 아내한테

175
00:19:53,567 --> 00:19:56,612
마지막으로 나도 크게 서비스해 주고

176
00:19:56,695 --> 00:19:58,488
보험료 한 2억 정도 나오니까

177
00:19:58,572 --> 00:20:01,825
그러면 마지막으로

178
00:20:05,579 --> 00:20:06,455
[잔을 탁 내려놓는다]

179
00:20:11,335 --> 00:20:14,213
(순희)
엄마가 남자는 잘생기고 키 크고

180
00:20:14,296 --> 00:20:16,048
아무런 상관이 없다

181
00:20:16,131 --> 00:20:17,424
여자를 그저 행복하게

182
00:20:17,507 --> 00:20:20,010
고생만 안 시키면 되는 거야
여자들을

183
00:20:20,093 --> 00:20:22,804
아, 그러니까 내가
남편을 좋아하는 거지

184
00:20:23,931 --> 00:20:27,017
[TV 소리가 흘러나온다]
우리 신랑이 군인이실 때부터

185
00:20:27,100 --> 00:20:29,061
계속 가자 했는데

186
00:20:29,144 --> 00:20:33,607
애들 데리고 가서 살 생각이 없다
계속 반대했지

187
00:20:33,690 --> 00:20:37,319
그런 소리 입 밖에 내지 말라고
되게 겁나 했지

188
00:20:37,402 --> 00:20:39,112
[순희의 탄성]
[명호가 말한다]

189
00:20:39,905 --> 00:20:42,783
(순희)
우리가 태어난 게 그 나라니까, 일단은

190
00:20:42,866 --> 00:20:44,451
뭐, 죽든 살든 살아야 되는데

191
00:20:44,534 --> 00:20:46,745
내가 여기서 앞이 안 보이는 거야

192
00:20:46,828 --> 00:20:50,165
[드라이어 작동음]
또 북한 TV는 볼 게 없잖아요

193
00:20:50,249 --> 00:20:52,125
그러니까 여기 걸 계속 보지

194
00:20:52,209 --> 00:20:58,048
아하, 우리 능력이면 농촌에 가서도
우리 저 정도로 살 수 있으면

195
00:20:58,131 --> 00:21:02,552
우리 자식들도 먹여 살릴 수 있겠다는
생각을 내가 많이, 지배했지

196
00:21:02,636 --> 00:21:04,012
TV를 보면서

197
00:21:07,975 --> 00:21:11,436
(명호)
북한에서 이제
17살부터 군대 생활을 했고

198
00:21:11,520 --> 00:21:12,938
한 20년 동안

199
00:21:14,439 --> 00:21:18,360
북한 사회의 흥망성쇠를 겪으면서

200
00:21:20,612 --> 00:21:25,575
최종적으로 이제 내린
결론에 도달한 게 '가야 되겠다'

201
00:21:27,369 --> 00:21:29,621
그 과정이 몇 년에 걸쳐서

202
00:21:29,705 --> 00:21:32,291
우리 가족이 다 합의를 이루기까지가

203
00:21:32,374 --> 00:21:37,754
한 6, 7년 동안 걸쳐서
합의점에 도달했죠

204
00:21:37,838 --> 00:21:39,965
[잔잔한 음악]

205
00:21:43,844 --> 00:21:46,346
(명호)
대부분 탈북 루트는 중국을 경유하는데

206
00:21:46,430 --> 00:21:49,474
우리 가족은 배를 타고
서해 바다를 넘어서

207
00:21:49,558 --> 00:21:51,393
남한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

208
00:21:52,644 --> 00:21:54,146
그런데 관측 장비도 없으니까

209
00:21:54,229 --> 00:21:56,189
해류를 잘못 타면 빙빙 돌아서

210
00:21:56,273 --> 00:21:59,359
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위험도 크거든요

211
00:21:59,443 --> 00:22:01,903
그러다 잡혀서
처형된 사람들 많이 봤어요

212
00:22:03,572 --> 00:22:06,116
바다에서는 남북한 군인을
다 피해야 돼요

213
00:22:06,199 --> 00:22:09,202
뭐가 뭔지 모르니까
무조건 총을 쏠 수 있거든요

214
00:22:09,870 --> 00:22:12,956
저는 방향 잡아서 노를 젓고

215
00:22:13,040 --> 00:22:16,335
집사람은 선수에서
밤새 주변을 감시한 거죠

216
00:22:16,418 --> 00:22:17,502
[갈매기 울음]

217
00:22:18,170 --> 00:22:21,506
참, 그때 그 공포

218
00:22:21,590 --> 00:22:24,593
심장이 금방 튀어나올 것 같아요

219
00:22:31,933 --> 00:22:35,812
(명호)
남한에 와서 보니까
집사람 얼굴이 새까만 거예요, 아주

220
00:22:35,896 --> 00:22:39,608
하룻밤 사이에 다크서클이
얼굴을 온통 뒤덮은 거죠

221
00:22:41,443 --> 00:22:46,490
2006년 5월 24일 날
황해남도 옹진군을 출발해서

222
00:22:46,573 --> 00:22:50,243
5월 25일 날 인천 옹진군에 들어왔어요

223
00:22:52,329 --> 00:22:54,331
죽었다 다시 태어난 거죠

224
00:23:02,631 --> 00:23:04,800
(명호)
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

225
00:23:04,883 --> 00:23:06,760
치열한 경쟁

226
00:23:06,843 --> 00:23:08,512
오직 돈밖에 모르는 세상

227
00:23:09,554 --> 00:23:11,765
남조선 하면 이렇게 배웠어요, 배운 게

228
00:23:11,848 --> 00:23:14,643
그렇다면 가서 뭐 해 먹고 살 것인가

229
00:23:14,726 --> 00:23:17,604
그런 사회에 가서 우리가
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

230
00:23:19,439 --> 00:23:23,276
여기 와서 이것저것 하면
내가 머구리를 할 것이다 하고

231
00:23:23,360 --> 00:23:26,905
내가 군대 때
이걸 한 가지 배워 뒀거든요

232
00:23:28,365 --> 00:23:29,616
[새가 지저귄다]

233
00:23:33,036 --> 00:23:35,747
[시장이 시끌벅적하다]

234
00:23:44,172 --> 00:23:45,799
(명호)
산삼 좀 구경해 보자, 산삼

235
00:23:45,882 --> 00:23:46,758
(순희)
산삼?

236
00:23:52,139 --> 00:23:53,682
[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]

237
00:23:54,850 --> 00:23:57,227
(상인)
손발 저리고 쥐가 자주 오고요

238
00:23:57,310 --> 00:24:01,189
팔다리 아프고 허리 아프고
뼈마디 쑤시는 관절에 좋다는 게

239
00:24:01,273 --> 00:24:04,484
이게 바로 대나무 복령이라는 거예요
대나무 복령

240
00:24:04,568 --> 00:24:05,569
300g에 얼마예요?

241
00:24:05,652 --> 00:24:06,570
(상인)
만 원 돼요

242
00:24:06,653 --> 00:24:07,779
300g 주세요

243
00:24:07,863 --> 00:24:09,489
(순희)
좋은지 안 좋은지…

244
00:24:10,031 --> 00:24:10,866
(명호)
좋아

245
00:24:10,949 --> 00:24:11,992
(순희)
어떻게 알아?

246
00:24:12,075 --> 00:24:13,493
(명호)
내가 보면 알아

247
00:24:15,370 --> 00:24:17,873
(명호)
건강이 곧 직업이기 때문에

248
00:24:17,956 --> 00:24:19,666
건강밖에 생각하지 않죠

249
00:24:20,500 --> 00:24:23,336
산삼부터 시작해서 녹용, 뱀탕

250
00:24:23,420 --> 00:24:26,256
해마다 한두 가지씩 먹으니까

251
00:24:26,339 --> 00:24:29,426
그저 몸에 좋다고만 하면 뭐든지
다 먹으려고 해요

252
00:24:29,509 --> 00:24:30,677
그래야 버티니까

253
00:24:32,304 --> 00:24:35,432
[뉴스 소리가 흘러나온다]

254
00:24:40,896 --> 00:24:43,815
(명호)
잠수 일은 정말 힘들거든요

255
00:24:44,316 --> 00:24:46,651
컨디션 안 좋은 상태에서
작업하게 되면

256
00:24:46,735 --> 00:24:48,153
다음 날 아침에 벌써

257
00:24:48,236 --> 00:24:52,032
관절 마디, 허리, 팔마디
대단히 안 좋아요

258
00:24:53,533 --> 00:24:54,576
아니, 거기…

259
00:24:54,659 --> 00:24:58,705
아니, 이제 밤이 고통스럽기 때문에

260
00:24:58,788 --> 00:25:02,918
그렇다고 뭐, 집에서 사우나
계속 그럴 수는 없잖아요

261
00:25:03,001 --> 00:25:06,755
그러니까 거기 객실 잡고
오늘 밤 넘기는 게 좋다고요

262
00:25:08,131 --> 00:25:11,092
(명호)
그래야 그, 작업이
어차피 내일은 안 되잖아요

263
00:25:15,639 --> 00:25:17,349
오늘 운동도 못 했어

264
00:25:17,432 --> 00:25:20,018
명성호 잠수부 몸 다쳐 가지고

265
00:25:20,101 --> 00:25:22,938
그것 좀 봐 달라고
전화가 와 가지고 말이야

266
00:25:24,022 --> 00:25:26,650
그 사람이 초도에서 작업을 했는데

267
00:25:26,733 --> 00:25:30,195
멍게 작업이 처음이다 보니까

268
00:25:31,321 --> 00:25:36,076
팔을 뭐, 양팔 다 다쳤다고 막 쏜다고
전화가 온 거야

269
00:25:36,159 --> 00:25:39,079
(명호)
그 사람, 그 배도 아마
작업이 잘 안됐던 모양이야

270
00:25:39,162 --> 00:25:40,247
멍게 따러 안 들어가던 사람인데

271
00:25:40,330 --> 00:25:45,543
오늘 어떻게 그 수심에 들어가 가지고
몸 다친 거 같아

272
00:25:49,673 --> 00:25:53,802
(명호)
머구리들은 차이는 있지만
다 잠수병을 앓죠

273
00:25:53,885 --> 00:25:56,930
시베리라고 우리는 그러는데

274
00:25:57,013 --> 00:26:00,016
바쁘니까 물 위로 올라올 때
급하게 올라와서

275
00:26:00,100 --> 00:26:02,352
대체로 그러는 것이죠

276
00:26:02,435 --> 00:26:04,938
죽기도 하고 살이 썩어 들어가거나

277
00:26:05,021 --> 00:26:08,358
두 다리를 못 쓰는
장애인이 되기도 하죠

278
00:26:08,441 --> 00:26:11,945
현장에서 응급 처치는
다시 물속으로 내려가서

279
00:26:12,028 --> 00:26:16,408
낮은 수심에서
계속 운동을 시키는 게 제일 좋죠

280
00:26:16,992 --> 00:26:18,618
[갈매기 울음]

281
00:26:18,702 --> 00:26:21,413
예전에 벌이 좋을 때는

282
00:26:21,496 --> 00:26:24,582
여기도 한 30명까지
머구리가 있었다는데

283
00:26:24,666 --> 00:26:28,670
죽거나 병들어서 다 사라지고
이제는 7척만 남았죠

284
00:26:29,504 --> 00:26:32,507
내가 여기 와서만
여기 머구리 6명이 죽었어

285
00:26:33,133 --> 00:26:34,384
여기 와서만

286
00:26:34,467 --> 00:26:38,722
거의 그저 1년에 한 명씩 죽은 게 되지

287
00:26:40,765 --> 00:26:42,767
[차분한 음악]

288
00:28:12,774 --> 00:28:17,737
(명호)
잠수복이 9kg, 투구가 15kg

289
00:28:19,906 --> 00:28:23,743
앞의 연추가 11kg, 뒤의 연추가 10kg

290
00:28:25,912 --> 00:28:27,997
신발이 6kg, 6kg

291
00:28:28,081 --> 00:28:31,918
합해서 55kg, 60kg 정도 나가죠

292
00:28:32,001 --> 00:28:35,588
몸무게까지 합치면 120kg 이상 되니까

293
00:28:36,256 --> 00:28:39,175
줄이 잘리거나 해서
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

294
00:28:39,259 --> 00:28:41,219
뜨는 건 아예 불가능하죠

295
00:28:49,811 --> 00:28:52,355
머구리 잠수부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

296
00:28:53,481 --> 00:28:56,109
생명 줄인 공기 호스가
끊어지는 거예요

297
00:28:57,485 --> 00:29:00,447
선원들이 방심하고 책임성이 떨어지면

298
00:29:00,530 --> 00:29:02,615
스크루에 호스가 말려 들어가고

299
00:29:03,324 --> 00:29:06,327
그러다 끊어지는 사고가
종종 생기거든요

300
00:29:06,411 --> 00:29:09,122
그러면 뭐, 방법 없어요, 죽는 거죠

301
00:29:10,790 --> 00:29:13,543
머구리는 자체 탈출이
거의 불가능하거든요

302
00:29:18,840 --> 00:29:20,175
머구리 같은 경우에는 이제

303
00:29:20,717 --> 00:29:23,762
저승 가서 벌어다가
이승 가서 쓴다고 그러거든요

304
00:29:25,180 --> 00:29:30,602
삶 자체가 매 순간이
생과 사의 계선이에요

305
00:29:46,743 --> 00:29:48,203
- (여자3) 7.6요
- (여자4) 네

306
00:29:56,836 --> 00:30:00,799
(명호)
야, 또 용진이는 또 각혈해 가지고
강릉병원에 입원했는데

307
00:30:00,882 --> 00:30:02,592
- (선장) 각혈?
- (명호) 응

308
00:30:02,675 --> 00:30:03,760
(순희)
언제?

309
00:30:03,843 --> 00:30:04,928
(명호)
어제

310
00:30:05,011 --> 00:30:06,596
- (순희) 작업하다가?
- (명호) 작업하다가, 응

311
00:30:08,389 --> 00:30:11,226
(명호)
귀가 압을 받아 가지고 잘못됐대

312
00:30:11,309 --> 00:30:13,144
[선장이 호응한다]
피 토해 가지고 말이야

313
00:30:13,728 --> 00:30:15,063
구급차에 실려 갔는데

314
00:30:15,814 --> 00:30:18,191
뭐, 이식 수술을 받아야 된다는 거야

315
00:30:18,274 --> 00:30:20,443
- (선장) 이식?
- (순희) 무슨 이식?

316
00:30:21,319 --> 00:30:23,446
뭐, 간이 잘못됐다고, 간

317
00:30:38,211 --> 00:30:39,712
(명호)
수술만 남았다고?

318
00:30:39,796 --> 00:30:42,298
그런데 수술 왜 안 하고 퇴원해?

319
00:30:44,843 --> 00:30:46,719
(용진)
간 기증자가 있어야 돼요

320
00:30:50,473 --> 00:30:51,933
(용진 부인)
기증자도 없고

321
00:30:52,600 --> 00:30:54,352
(성관)
끝났어?
[용진이 호응한다]

322
00:30:55,270 --> 00:30:56,187
[성관의 탄식]

323
00:30:57,522 --> 00:30:59,148
어케 했는데 그래?

324
00:31:02,402 --> 00:31:06,364
작업 다 하고서
들어와 가지고 샤워하는데

325
00:31:06,447 --> 00:31:09,492
(용진)
속이 메슥메슥한 게 손 넣고 쑥 토했지

326
00:31:09,576 --> 00:31:10,910
피가 쫙 나오더란 말이야

327
00:31:10,994 --> 00:31:12,745
(성관)
죽을 뻔했네

328
00:31:13,496 --> 00:31:15,707
안에서 터져 가지고

329
00:31:15,790 --> 00:31:17,000
그거 수압 증상이거든

330
00:31:17,083 --> 00:31:19,419
안에서 터져 가지고
피 터지지 않았으면

331
00:31:19,502 --> 00:31:21,212
응고돼 가지고 죽는 거야

332
00:31:21,296 --> 00:31:22,171
[명호가 호응한다]

333
00:31:22,255 --> 00:31:24,048
잠수는 못 한다는 소리야, 그럼 이제

334
00:31:24,132 --> 00:31:25,675
하면 안 된다는 소리지

335
00:31:25,758 --> 00:31:26,926
(성관)
불쌍한 놈

336
00:31:27,510 --> 00:31:28,970
[저마다 말한다]

337
00:31:29,971 --> 00:31:31,598
[무거운 음악]

338
00:31:40,523 --> 00:31:45,570
(명호)
용진이하고 성관이는 탈북해서
맨 처음 나를 찾아왔어요

339
00:31:46,696 --> 00:31:49,991
남한에 와 보니 할 수 있는 게
별로 없다고 도와 달라고

340
00:31:50,074 --> 00:31:53,161
그래서 이제 제가 여기서 가르쳤고

341
00:31:53,244 --> 00:31:55,538
일자리 알선해서 잡아 주고

342
00:31:56,581 --> 00:31:59,375
그래서 여기서는 형제 같은 애들이죠

343
00:32:04,130 --> 00:32:06,925
(명호)
계속 여기서 사니까 여기도 변해
사람도

344
00:32:07,008 --> 00:32:09,469
날씨 좀 나쁘면 일하기 싫고, 솔직히

345
00:32:09,552 --> 00:32:11,387
나는 지금도 배 나가기 싫을 때마다

346
00:32:11,471 --> 00:32:15,224
초심을 잃지 않는다고
계속 그 생각을 하는 거야

347
00:32:15,308 --> 00:32:16,392
내가 오늘 안 나가면

348
00:32:16,476 --> 00:32:18,853
우리 집에
내일 아침에 꺼내 먹을 쌀이 없다
[사람들의 웃음]

349
00:32:18,937 --> 00:32:20,563
쌀이 없다, 이렇게

350
00:32:20,647 --> 00:32:22,315
- (성관) 그렇게 하고 나가고
- 어

351
00:32:22,398 --> 00:32:24,442
(명호)
북한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살잖아

352
00:32:24,525 --> 00:32:26,861
그게 이제 인간의 참모습이야

353
00:32:26,945 --> 00:32:30,323
생존을 위해서 인간이 투쟁하는 모습이
제일 아름다워

354
00:32:30,406 --> 00:32:33,451
이제 사업하려면
그러면 이제 많이 부딪친다고

355
00:32:33,534 --> 00:32:35,036
부딪쳐야 돼

356
00:32:36,913 --> 00:32:41,709
부딪쳐서 뭐, 이기든 지든
싸우고 헤쳐 나가고

357
00:32:41,793 --> 00:32:43,836
아프지만 않으면 되는데

358
00:32:45,588 --> 00:32:47,340
[용진의 깊은 한숨]

359
00:32:54,597 --> 00:32:56,099
[간호사가 안내한다]

360
00:33:00,979 --> 00:33:01,896
(간호사)
됐어요?

361
00:33:01,980 --> 00:33:02,981
"가스 괴저병"

362
00:33:03,064 --> 00:33:05,984
(의사)
치료받은 거는 8월 달, 10월 달
두 번 하셨는데

363
00:33:06,067 --> 00:33:07,068
(명호)
예

364
00:33:07,151 --> 00:33:09,779
예, 그 중간에는 증상은 없으셨어요?

365
00:33:11,197 --> 00:33:12,490
(명호)
접는데…

366
00:33:12,573 --> 00:33:16,786
(의사)
혹시 작업하실 때 물 안에서하고
바깥에서하고 증상이 차이가 있어요?

367
00:33:17,704 --> 00:33:18,997
물 안에서는 안 아파요

368
00:33:19,080 --> 00:33:20,206
- (의사) 아무것도?
- 예

369
00:33:20,289 --> 00:33:22,000
- 전혀, 전혀, 예, 전혀, 편안해요
- (의사) 들어가면 편안하고?

370
00:33:22,083 --> 00:33:25,044
- (의사) 나오면? 저리고, 음
- (명호) 나오면, 밖에 나오면 저리고

371
00:33:26,921 --> 00:33:29,465
(의사)
작업을 안 하지 않고 계속하는 이상은

372
00:33:29,549 --> 00:33:31,592
이렇게 달고 사는 게 맞는데

373
00:33:31,676 --> 00:33:34,637
그렇다고 작업을 안 하고
치료만 할 수도 없고

374
00:33:34,721 --> 00:33:36,389
시간 될 때마다 와서 받으세요
[명호가 호응한다]

375
00:33:37,724 --> 00:33:39,308
(간호사)
지금 들어가실게요

376
00:33:46,399 --> 00:33:48,276
[공기 소리가 쉭쉭 들린다]

377
00:33:48,359 --> 00:33:49,402
(간호사)
괜찮죠?

378
00:33:49,485 --> 00:33:50,778
공기 들어오세요?

379
00:33:51,404 --> 00:33:53,698
- (간호사) 시작합니다
- (사람들) 예

380
00:34:00,163 --> 00:34:01,831
[쉭 소리가 들린다]

381
00:36:27,476 --> 00:36:29,187
아, 진짜 작업 못 하겠어, 아

382
00:36:30,438 --> 00:36:32,106
(명호)
아, 이렇게 공기 나빠 가지고는
작업 못 해

383
00:36:32,190 --> 00:36:34,567
내 눈 봐요, 내 눈, 눈

384
00:36:36,360 --> 00:36:39,197
[버럭 하며]
눈을 뜨지를 못하겠는데
어떻게 작업을 할 수가 있냐고

385
00:36:39,697 --> 00:36:41,282
[명호의 못마땅한 신음]

386
00:36:41,365 --> 00:36:44,702
이 배 모는 방법
이거 고치지 않고는 못 해

387
00:36:44,785 --> 00:36:46,078
아이참

388
00:36:54,921 --> 00:36:56,964
아이, 가스 들어와 가지고 말이야

389
00:37:00,426 --> 00:37:03,554
눈 다 망가지지, 폐 다 망가지지
이거 가스에 완전히

390
00:37:03,638 --> 00:37:05,973
배를 어떻게 그렇게 모나, 아이참

391
00:37:08,142 --> 00:37:11,646
바람이 뒤로 딱 날아가게 딱 세워 주고
항상 그렇게 딱 하는데

392
00:37:26,202 --> 00:37:27,578
[차분한 음악]

393
00:38:13,833 --> 00:38:20,006
(명호)
선장이 그만둔다고 하니
예상은 했지만 뭐, 방법이 없어요

394
00:38:25,261 --> 00:38:29,515
탈북자 배 선주 밑에서 일하는 것을

395
00:38:29,598 --> 00:38:32,852
이 사람들은 뱃놈 인생 막장인데

396
00:38:32,935 --> 00:38:35,104
뒤에서 그런 말 하는 거 저도 알죠

397
00:38:44,155 --> 00:38:45,948
[무거운 음악]

398
00:38:58,085 --> 00:38:59,879
(명호)
어, 철준이야?

399
00:39:03,966 --> 00:39:06,010
아빠 배 선장이 지금 내렸어

400
00:39:07,887 --> 00:39:09,847
선장님이 내렸다고

401
00:39:12,308 --> 00:39:13,142
어떻게 할까?

402
00:39:13,225 --> 00:39:15,770
철준이가 와서
아빠를 좀 도와줘야 되겠는데

403
00:39:38,209 --> 00:39:40,711
[즐겁게 대화한다]

404
00:39:43,506 --> 00:39:47,009
(철준)
가족들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는
성격이긴 해도

405
00:39:48,344 --> 00:39:50,554
아버지라고 뭐
이 일이 좋기만 하겠어요?

406
00:39:50,638 --> 00:39:53,140
아버지도 뭐, 무섭고 그러겠죠

407
00:39:53,224 --> 00:39:56,477
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
본인이 잘 아니까

408
00:39:58,020 --> 00:40:00,064
그래서 저한테 전화를 한 것 같아요

409
00:40:00,147 --> 00:40:02,358
가족보다 더 믿을 사람은 없으니까
[새들이 지저귄다]

410
00:40:04,026 --> 00:40:05,403
아버지 소원이기도 해요

411
00:40:05,486 --> 00:40:07,238
같이 가족이 같이 일하는 거

412
00:40:07,738 --> 00:40:09,698
[힘찬 음악]

413
00:40:55,619 --> 00:40:56,704
[새가 지저귄다]

414
00:41:03,169 --> 00:41:06,255
아버지, 왜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해요
매일같이?

415
00:41:06,338 --> 00:41:08,340
(명호)
이 직업은 몸으로

416
00:41:13,429 --> 00:41:16,682
때우는 직업이기 때문에 필수야

417
00:41:16,765 --> 00:41:21,937
몸이, 몸이 불편하면
작업이 재미가 없어

418
00:41:22,021 --> 00:41:25,691
몸이 아프면 고역이야, 지옥이고

419
00:41:26,859 --> 00:41:28,986
[명호의 힘주는 신음]

420
00:41:32,531 --> 00:41:34,783
이게 바로 인민군 군인 체조야

421
00:41:35,367 --> 00:41:36,577
인민군 군인 체조

422
00:41:36,660 --> 00:41:41,081
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무조건
이 운동 하기 전에

423
00:41:41,582 --> 00:41:46,545
미제와 남조선 괴뢰 도당을 소멸하라!
[웃음]

424
00:41:49,632 --> 00:41:52,051
[명호의 힘주는 신음]

425
00:41:54,678 --> 00:41:56,805
(명호)
아버지하고 나하고 두 대가 이제

426
00:41:57,431 --> 00:42:00,935
너희 할아버지가 군 생활 40년
내가 20년

427
00:42:02,770 --> 00:42:04,396
거기서 끝난 거야, 우리는 이제

428
00:42:05,314 --> 00:42:09,276
우리는 민족 분단의 종지부를
찍어야 될 때기 때문에, 이제

429
00:42:09,360 --> 00:42:12,363
군대 생활은 이제 그만, 스톱하는 거야

430
00:42:15,157 --> 00:42:17,034
(철준)
레이스!
[철준의 웃음]

431
00:42:20,162 --> 00:42:22,164
[명호와 철준의 가쁜 숨소리]

432
00:42:23,582 --> 00:42:25,960
[풀벌레 울음]
[밤새 울음]

433
00:42:30,548 --> 00:42:33,050
(명호)
김일성, 김정일 생일 때만 이제

434
00:42:33,133 --> 00:42:37,304
아이들에게 사탕
이제 과자하고 주고

435
00:42:37,388 --> 00:42:40,683
그리고 추석 같은 때는 하나도 안 줘요
[명호의 웃음]

436
00:42:41,642 --> 00:42:43,352
알아서 쇠는 명절이니

437
00:42:43,435 --> 00:42:46,063
거기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

438
00:42:46,146 --> 00:42:48,941
4월 15일하고 2월 16일이다 보니까

439
00:42:49,441 --> 00:42:52,403
추석 명절 같은 건

440
00:43:00,160 --> 00:43:01,370
- (순희) 할 줄 모르지?
- 난 할 줄 모르지

441
00:43:01,453 --> 00:43:05,040
(명호)
아이, 그래도 이게 이런 게
만드는 것 자체가 다 행사야, 추석의

442
00:43:05,124 --> 00:43:06,625
[철준이 살짝 웃는다]
추석 행사

443
00:43:06,709 --> 00:43:10,045
해 봐, 손 씻고, 어?

444
00:43:10,879 --> 00:43:12,464
장가가려면 다 할 줄 알아야 돼

445
00:43:12,548 --> 00:43:14,717
(철준)
아휴, 안 해, 사 먹고 말지

446
00:43:14,800 --> 00:43:16,302
[명호의 웃음]

447
00:43:23,434 --> 00:43:26,186
(순희)
꼭꼭 눌러, 꼭꼭
그래야 터지지 않아, 찔 때

448
00:43:27,438 --> 00:43:29,356
다 터져, 꼭꼭 안 누르면

449
00:43:30,608 --> 00:43:31,567
[철준의 헛웃음]

450
00:43:31,650 --> 00:43:33,235
(철준)
뭐야, 이거

451
00:43:34,987 --> 00:43:36,488
- 망작인데요
- (명호) 응?

452
00:43:36,572 --> 00:43:38,365
오, 아버지는 좀 하네?

453
00:43:38,449 --> 00:43:39,491
[명호의 코웃음]

454
00:43:41,660 --> 00:43:44,121
(순희)
됐어, 손 씻어, 가루 묻었어

455
00:43:45,748 --> 00:43:47,082
철훈이 거진 다 왔대

456
00:43:47,166 --> 00:43:48,584
[도어 록 작동음]

457
00:43:50,753 --> 00:43:53,464
- (명호) 왔어? 몸 좀 좋아졌나?
- (철훈) 몸 안 좋아졌어

458
00:43:53,547 --> 00:43:56,175
(철준)
뭘 좋아져요, 빼빼 말라서
좀비 되기 일보 직전인데, 지금

459
00:43:56,258 --> 00:43:58,886
있는 동안 부지런히 운동시켜요
산에 데려가서

460
00:43:58,969 --> 00:44:01,889
쟤는 전체적인 체력 단련이 필요하네

461
00:44:03,307 --> 00:44:04,516
(철훈)
아버지, 양주 사 왔어요

462
00:44:04,600 --> 00:44:06,060
- (명호) 어?
- (철훈) 양주

463
00:44:06,143 --> 00:44:07,311
(명호)
오, 야, 이거 네가 샀어?

464
00:44:07,394 --> 00:44:08,520
- (철준) 그거 엄청 비싸다니까
- (철훈) 네

465
00:44:08,604 --> 00:44:09,647
(명호)
어?

466
00:44:09,730 --> 00:44:11,523
(철준)
이야, 그래도 너 나보다 낫다

467
00:44:11,607 --> 00:44:13,442
(철훈)
그럼, 이제 나이가 스무 살 넘었는데

468
00:44:14,485 --> 00:44:16,320
(명호)
이거 대학교에서 파는 양주야?

469
00:44:16,403 --> 00:44:18,197
(철훈)
[웃으며]
그럴 리가요

470
00:44:18,280 --> 00:44:20,157
- (명호) 어? 어, 아니야?
- (순희) 대학교에서 뭔 양주를 팔아?

471
00:44:20,240 --> 00:44:22,576
(명호)
아니, 이 앞에 '대학생' 무슨

472
00:44:22,660 --> 00:44:26,121
(철준)
엄마가 너 와인 사 온다고
잔뜩 기대했었는데 실망했네

473
00:44:26,205 --> 00:44:29,416
(철훈)
저번에는 와인 사 왔으니까
이번에는 또 양주 사 오려고 그랬지

474
00:44:29,500 --> 00:44:30,918
(순희)
엄마가 와인 샀어

475
00:44:31,001 --> 00:44:31,960
그렇지? 다행이지

476
00:44:32,044 --> 00:44:33,253
(철준)
샀어?
[전자레인지 조작음]

477
00:44:33,337 --> 00:44:35,756
(순희)
너희 말 믿을 수가 있어?
[전자레인지 작동음]

478
00:44:38,759 --> 00:44:41,637
(명호)
야, 형은 그래도 이번에 아빠 위해서
또 희생했다

479
00:44:41,720 --> 00:44:42,805
(철훈)
같이 일하려고요?

480
00:44:42,888 --> 00:44:43,806
(명호)
응

481
00:44:43,889 --> 00:44:47,017
형은 이제 내가 초기에 사업할 때
[철훈이 대답한다]

482
00:44:48,727 --> 00:44:52,689
그때 대학도 그만두고 이제
했기 때문에

483
00:44:52,773 --> 00:44:55,484
내가 이제 지금까지…
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

484
00:44:55,567 --> 00:44:58,278
(철훈)
형 일하는 법은 안 잊어 먹었죠?
[철준의 헛웃음]

485
00:44:58,362 --> 00:44:59,988
[TV 소리가 흘러나온다]

486
00:45:00,948 --> 00:45:03,450
(철훈)
근데 그 선장은 왜 관뒀어요?

487
00:45:04,535 --> 00:45:06,203
- (명호) 응?
- (철훈) 선장 왜 관뒀어요?

488
00:45:07,704 --> 00:45:09,957
(명호)
자기 일을 찾아서…

489
00:45:10,040 --> 00:45:11,917
(철훈)
그 할아버지 맞죠?
[명호가 긍정한다]

490
00:45:12,793 --> 00:45:14,169
나이도 많으신데

491
00:45:19,925 --> 00:45:21,927
(명호)
자기 삶의 길이 다 있으니까

492
00:45:37,651 --> 00:45:39,570
- (순희) 애들 깨워
- (명호) 응

493
00:45:47,786 --> 00:45:49,204
(명호)
야, 철준아

494
00:45:50,747 --> 00:45:52,082
일어나라

495
00:45:52,166 --> 00:45:54,126
[철준의 힘겨운 신음]
[명호가 창문을 드르륵 연다]

496
00:45:55,461 --> 00:45:56,837
[새가 지저귄다]
어?

497
00:46:05,471 --> 00:46:09,224
(순희)
아, 깃발을 왜 걸어, 추석에, 이거
좀 웃기지 않아?

498
00:46:09,308 --> 00:46:10,767
(명호)
추석에 안 걸던가?
[순희가 호응한다]

499
00:46:11,477 --> 00:46:12,853
추석에 거는 거 같은데?

500
00:46:19,318 --> 00:46:20,611
(철준)
가까이

501
00:46:28,577 --> 00:46:29,661
조금 뒤로

502
00:46:29,745 --> 00:46:31,121
- (철준) 조금 뒤로?
- (순희) 응

503
00:46:46,261 --> 00:46:49,139
[잔잔한 음악]

504
00:47:13,455 --> 00:47:14,873
[순희가 말한다]

505
00:47:15,457 --> 00:47:19,962
(명호)
늘 이제 명절 때가 제일 외롭고

506
00:47:20,045 --> 00:47:22,714
부모님 생각나고 고향 생각나죠

507
00:47:24,341 --> 00:47:26,802
배 이름도 그래서 고향 이름을 따서

508
00:47:26,885 --> 00:47:28,512
청진호로 했고요

509
00:47:30,222 --> 00:47:32,182
어렸을 때 다이빙하고 놀았던

510
00:47:32,266 --> 00:47:33,850
청진 앞바다
[갈매기 울음]

511
00:47:33,934 --> 00:47:37,145
맑은 고향 바다에 가서
잠수 한번 해 보고 싶죠

512
00:47:37,229 --> 00:47:41,817
더 늙기 전에 죽기 전에
갈 수 있으려나

513
00:47:47,614 --> 00:47:49,741
- (철준) 가업을 위하여
- (명호) 위하여

514
00:47:56,123 --> 00:47:57,457
[명호의 탄성]

515
00:47:58,625 --> 00:48:03,005
(명호)
야, 형은 이번까지 두 번째
부모를 위해서 희생했다

516
00:48:03,755 --> 00:48:05,007
[철훈의 웃음]

517
00:48:05,090 --> 00:48:06,508
너는 한 번도 안 해 봤어

518
00:48:06,592 --> 00:48:07,926
(철훈)
제가 40년 책임질게요

519
00:48:08,010 --> 00:48:09,970
- (순희) 40년까지는 안 살아
- (철준) 아이

520
00:48:10,053 --> 00:48:11,680
(철훈)
내가 한 10년 공부 더 해야 될 것 같아

521
00:48:11,763 --> 00:48:14,474
- (철준) 헛소리하지 말고
- (명호) 10년? 응?

522
00:48:15,309 --> 00:48:18,478
(철준)
네 돈 벌어서 네가 딱 대학원 가면
뭐, 아무 말 안 하겠는데

523
00:48:19,479 --> 00:48:21,523
다 대 줘야 되잖아, 대학원 가는 것도

524
00:48:21,607 --> 00:48:23,650
(순희)
대학원 갈 때는 자기가 알아서 가겠지
알바 뛰면서

525
00:48:23,734 --> 00:48:24,651
(철준)
그래?

526
00:48:24,735 --> 00:48:26,278
(명호)
아이, 대학원까지는 대 줘야지

527
00:48:26,361 --> 00:48:28,155
- (철준) 뭘 대 줘!
- (철훈) 아빠가 나한테 말했어

528
00:48:28,238 --> 00:48:30,032
- (철훈) 대학원까지는 책임지겠다고
- (명호) 그래

529
00:48:30,115 --> 00:48:34,119
(명호)
대학원까지는 뭐, 대학원까지는…
[철준이 못마땅해한다]

530
00:48:34,202 --> 00:48:35,579
대학원은 3년이야?

531
00:48:36,955 --> 00:48:38,582
(철준)
대학도 지겨워서 겨우 다녔는데

532
00:48:38,665 --> 00:48:40,459
(철훈)
대학원이라는 게요

533
00:48:41,376 --> 00:48:42,961
교수들의 돈벌이장이에요

534
00:48:43,045 --> 00:48:44,921
교수들이 원하면 졸업시켜 주고

535
00:48:45,005 --> 00:48:47,257
아니면 논문 통과 안 시켜 주니까

536
00:48:47,341 --> 00:48:49,509
그런 거 보면 또 안 가고 싶기도 하고

537
00:48:50,093 --> 00:48:53,013
(명호)
대학 자체가
대학 자체가 돈벌이장이야

538
00:48:54,306 --> 00:48:56,516
대학 자체가 돈벌이장이야
그걸 뭘 몰라?

539
00:48:56,600 --> 00:48:58,226
(순희)
당신은 일이나 열심히 해

540
00:48:58,310 --> 00:49:01,313
(철준)
철훈아, 여차하면 대학 때려치우고
배 타라

541
00:49:02,522 --> 00:49:04,274
형이랑 같니?

542
00:49:04,358 --> 00:49:08,695
(철준)
왜? 네가 대학 졸업하면
뭐,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아?

543
00:49:08,779 --> 00:49:10,781
- (순희) 그래도 거기에서…
- (철준) 응

544
00:49:14,409 --> 00:49:16,286
(철훈)
형은 아빠를 닮았어요

545
00:49:17,120 --> 00:49:18,330
마인드라고 해야 되나요?

546
00:49:18,413 --> 00:49:19,956
그리고 저는 엄마를 닮았거든요

547
00:49:20,540 --> 00:49:22,793
그리고 아빠는 결단력이 있어요

548
00:49:22,876 --> 00:49:25,462
'한번 하자' 하면 그냥 막
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에요

549
00:49:26,713 --> 00:49:29,424
(철훈)
제일 처음에 아빠가
여기 내려왔을 때는

550
00:49:30,008 --> 00:49:33,095
여기 사람들이 막 태클을
엄청 많이 걸었대요

551
00:49:34,721 --> 00:49:36,181
한국 사람들은 가족, 친척

552
00:49:36,264 --> 00:49:39,059
그러니까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거예요

553
00:49:39,142 --> 00:49:41,895
그게 어떻게 보면 재산이에요
그 인맥이라는 게

554
00:49:41,978 --> 00:49:45,816
그런데 우리는 우리 딱 4명뿐이에요
우리는, 여기는 친척도 없고

555
00:49:45,899 --> 00:49:49,861
우리는 우리 발로 하나하나
계단까지 만들어서 올라가야 되니까

556
00:49:49,945 --> 00:49:52,155
[사람들이 대화한다]

557
00:49:53,198 --> 00:49:54,241
(명호)
처음에

558
00:49:54,324 --> 00:49:57,035
여기 분들이 우리를 보는 눈길은

559
00:49:57,119 --> 00:50:00,288
오직 측은, 동정 이거였어요

560
00:50:00,372 --> 00:50:01,456
[사람들의 웃음]

561
00:50:02,666 --> 00:50:08,797
그다음엔 우리가 이제 조금 나가서
자기 사업 하고
[사람들이 대화한다]

562
00:50:08,880 --> 00:50:13,677
그다음에 거기서 조금 더
좀 치고 올라가니까

563
00:50:13,760 --> 00:50:18,140
그때는 제어를 하려고 그러더라고요

564
00:50:23,478 --> 00:50:26,273
(명호)
탈북자를

565
00:50:27,399 --> 00:50:31,445
그냥 노동력으로서만 부리려고 하지

566
00:50:31,528 --> 00:50:37,451
치고 올라오는 걸 허용하지 않으려는
그런 분위기가 좀 많더라고요

567
00:50:56,553 --> 00:51:00,098
(명호)
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

568
00:51:00,182 --> 00:51:05,479
재력, 지력, 권력, 인력

569
00:51:05,562 --> 00:51:07,189
우리는 아무것도 없다고

570
00:51:07,272 --> 00:51:08,940
체력밖에

571
00:51:10,817 --> 00:51:15,155
그마저 잃으면 그러면
전혀 우린 해 볼 게 없는 거지

572
00:51:15,238 --> 00:51:17,282
의지할 데도 없고

573
00:51:21,620 --> 00:51:23,330
[밝은 음악]

574
00:51:26,792 --> 00:51:28,043
하긴, 맞아

575
00:51:29,127 --> 00:51:30,921
(순희)
얘는 속초 세무서만 가면 되는 거고?

576
00:51:31,004 --> 00:51:32,672
(남자3)
예, 얘가 있어야지 얘가 돼요

577
00:51:32,756 --> 00:51:33,965
[순희가 호응한다]

578
00:51:34,049 --> 00:51:36,384
(순희)
이거 받아 가지고 가야 되는구나

579
00:51:44,518 --> 00:51:48,814
횟집은 당신이 운영하긴
직업 딱 좋은 거야, 그저, 응?

580
00:51:49,648 --> 00:51:51,191
(명호)
평생 직업이고

581
00:51:52,818 --> 00:51:57,239
단지 그저 여름철에 이제
우리도 성게 철에 바쁘고

582
00:51:57,322 --> 00:51:59,950
또 거기도 같이 바빠진다는 게
문제인데
[철준이 호응한다]

583
00:52:00,033 --> 00:52:01,159
알바 좀 쓰면 돼

584
00:52:01,243 --> 00:52:02,702
철훈이 이제 호주 갔다 오면

585
00:52:02,786 --> 00:52:05,997
엄마가 이제 사장으로서 자리가 잡힌다

586
00:52:06,081 --> 00:52:07,499
너희 엄마가

587
00:52:07,582 --> 00:52:11,169
원래 너희 엄마가 있지, 사업해야 돼

588
00:52:11,253 --> 00:52:14,631
기본 인격으로 보나 스타일로 보나

589
00:52:14,714 --> 00:52:18,927
내가 아니라 있지
너희 엄마가, 너희 엄마가 사업해야 돼
[순희가 말한다]

590
00:52:21,388 --> 00:52:23,932
근데 우리 집은 내가 사업했기 때문에

591
00:52:24,015 --> 00:52:25,809
지금까지 그다지 피지 못한 거야, 응?

592
00:52:45,203 --> 00:52:46,454
(명호)
평화 횟집?

593
00:52:46,538 --> 00:52:48,456
- (순희) 평화, 어
- (명호) 평화?

594
00:52:48,540 --> 00:52:50,667
- 그렇게 하고 간판에다 '평화' 쓰고
- (철준) 왜 평화야?

595
00:52:50,750 --> 00:52:52,794
(명호)
문어를 잡아먹으면서 평화야, 그게?

596
00:52:52,878 --> 00:52:54,045
내 말 들어

597
00:52:54,129 --> 00:52:57,215
'평화' 쓰고 조선 지도 그리고
'횟집' 이렇게 쓰자 말이지

598
00:52:57,299 --> 00:52:59,175
(철준)
에이, 에이, 별로 와닿지가 않아, 엄마

599
00:52:59,259 --> 00:53:01,219
(순희)
그럼 너 하나 생각한 게 뭐 있어?

600
00:53:01,303 --> 00:53:03,305
아, 그러면 각자 생각해 봐

601
00:53:03,388 --> 00:53:05,515
자연산 횟집이 최고라니까, 자연산

602
00:53:05,599 --> 00:53:07,684
'자연산' 딱 와닿잖아

603
00:53:07,767 --> 00:53:09,185
(순희)
여보세요, 그 창문 유리에 다 집집마다

604
00:53:09,269 --> 00:53:10,645
다 자연산이라고 쓰여 있거든

605
00:53:10,729 --> 00:53:12,314
그러니까 그냥 쓰잖아
우리는 간판에다 쓴단 말이야, 탁

606
00:53:12,397 --> 00:53:14,024
(순희)
그건 어울리지 않거든

607
00:53:16,776 --> 00:53:18,153
옥류관

608
00:53:18,236 --> 00:53:19,738
(철준)
국숫집 이름이에요

609
00:53:19,821 --> 00:53:22,032
스바라시 횟집
[함께 웃는다]

610
00:53:22,115 --> 00:53:23,033
괜찮지 않아요?

611
00:53:23,116 --> 00:53:25,744
일본 말로 '훌륭하다', '멋지다'
뭐, 그런 뜻이래요

612
00:53:25,827 --> 00:53:27,329
(철훈)
잠수부 횟집은 옆에 있죠?

613
00:53:27,412 --> 00:53:28,288
(명호)
응

614
00:53:28,830 --> 00:53:30,248
(철준)
머구리 횟집도 있어

615
00:53:30,332 --> 00:53:32,542
머구리 횟집이라고 해야 되는데, 원래

616
00:53:39,966 --> 00:53:42,135
[함께 대화한다]

617
00:53:45,388 --> 00:53:48,016
(철준)
아, 야, 야, 야, 야, 야
아, 이 새끼, 진짜

618
00:53:55,398 --> 00:53:57,233
[사람들이 대화한다]

619
00:54:03,531 --> 00:54:06,618
[배 시동음]

620
00:54:33,186 --> 00:54:34,896
(명호)
아, 좀 낮추라우!

621
00:54:35,730 --> 00:54:37,399
추월하지 말라!

622
00:54:41,611 --> 00:54:44,531
아, 배 더럽게 몬다, 배 더럽게 몰아

623
00:54:47,367 --> 00:54:48,451
[명호의 탄식]

624
00:54:50,161 --> 00:54:52,706
[물소리가 흘러나온다]

625
00:55:15,729 --> 00:55:17,981
(명호)
여기서부터는 여긴 펄이야

626
00:55:18,064 --> 00:55:20,608
여기 지나면 돌 처음 나오는 데 세워

627
00:55:21,568 --> 00:55:22,736
가자, 가자

628
00:55:52,557 --> 00:55:53,850
(명호)
올라간다

629
00:56:01,816 --> 00:56:05,278
[버럭 하며]
돌 아니야, 글쎄
돌 아닌데 글쎄, 자꾸 돌이라고 말이야

630
00:56:06,196 --> 00:56:09,824
(명호)
저기 갔으면 여기
채 안 하고 갔다는 걸 말하거든

631
00:56:09,908 --> 00:56:15,747
그러면 이제 거길 보고 그다음엔
금방 그 자리 가서 서야 돼

632
00:56:15,830 --> 00:56:18,917
그게 지금 작전인 거야

633
00:56:19,000 --> 00:56:22,087
내가 하다가 탁 내놓고 가면
여기 안 올 것이다

634
00:56:22,170 --> 00:56:24,047
새 자리 가서 해 먹고

635
00:56:24,130 --> 00:56:26,466
다시 와서 지금 또
털어먹는 거란 말이야

636
00:56:26,549 --> 00:56:27,926
그걸 잘 간파해야 돼

637
00:56:28,009 --> 00:56:30,261
저 배들은 우리 행동을
다 간파하고 있어

638
00:56:34,099 --> 00:56:37,936
그게 바로 선장이 바로
기능이 있는 거야

639
00:56:43,149 --> 00:56:44,484
[박진감 넘치는 음악]

640
00:56:44,567 --> 00:56:45,944
[선원이 소리친다]
[명호의 탄식]

641
00:56:47,278 --> 00:56:49,489
[배 엔진음]
[선원이 말한다]

642
00:57:12,345 --> 00:57:13,596
[물소리가 흘러나온다]

643
00:57:16,975 --> 00:57:18,643
[비가 솨 내린다]

644
00:58:01,144 --> 00:58:01,978
(명호)
응?

645
00:58:02,645 --> 00:58:04,939
- (철훈) 밥 먹었어요?
- 아니, 밥 안 먹었어

646
00:58:05,482 --> 00:58:08,067
(순희)
얘네들 배고파서 기다리는데
한잔했어?

647
00:58:10,570 --> 00:58:13,948
나는 지금 신경 쓰는 거 있지
아무것도 없어

648
00:58:14,032 --> 00:58:16,826
철훈이? 신경 안 써, 응?

649
00:58:17,619 --> 00:58:21,623
(명호)
그러나 너는 그게 아니야

650
00:58:21,706 --> 00:58:25,084
왜? 내가 의도적으로 끌어들였어

651
00:58:25,668 --> 00:58:28,171
네 인생의 전환점에, 응?

652
00:58:28,755 --> 00:58:30,215
너도 오케이 같이 했고

653
00:58:30,298 --> 00:58:32,091
그러면 같이 책임지는 거야

654
00:58:32,592 --> 00:58:34,594
오늘 일도 그래

655
00:58:35,261 --> 00:58:39,599
뱃일? 사실은 저거 간단해, 응?

656
00:58:40,600 --> 00:58:43,478
내가 오늘 너한테 짜증 낸 것도 그거야

657
00:58:44,187 --> 00:58:47,023
나는 내 생각으로 일을 생각하는 거야

658
00:58:47,106 --> 00:58:50,944
그렇지만 너는 나보다
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

659
00:58:51,778 --> 00:58:54,072
그렇게 한 거란 말이야

660
00:58:54,739 --> 00:58:58,034
나는 그게 짜증 나는 거야, 사실은

661
00:59:01,329 --> 00:59:03,248
내 말 틀리냐고, 응?

662
00:59:10,213 --> 00:59:13,967
(철준)
아무래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
작업이니까 정신없죠

663
00:59:14,884 --> 00:59:17,929
[차분한 음악]
졸기도 하고 실수할 때도 있고

664
00:59:18,012 --> 00:59:21,182
그럴 때는 진짜 귀청 찢어지게
욕먹거든요

665
00:59:23,893 --> 00:59:26,479
아버지는
'일을 그딴 식으로 하지 마라'

666
00:59:26,563 --> 00:59:28,481
'대충하지 마라' 그러시는데

667
00:59:28,565 --> 00:59:31,192
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다고
생각하는데

668
00:59:32,443 --> 00:59:35,655
그런데 모든 잘못은
선장인 나한테 있는 것처럼

669
00:59:36,281 --> 00:59:37,907
그러니까 섭섭하죠

670
00:59:39,033 --> 00:59:40,994
뭐, 누군 좋아서만 이 일을 하겠어요?

671
00:59:43,580 --> 00:59:46,124
이 촌 동네엔 젊은 놈이 할 것이
하나도 없어요

672
00:59:46,207 --> 00:59:48,376
친구가 있나, 여자를 사귈 수 있나

673
00:59:49,252 --> 00:59:52,297
맨날 자고 일하고 자고 일하고
무한 반복이죠

674
00:59:54,507 --> 00:59:57,677
아버지도 불안하시니까
죽자 살자 일만 하시는 거겠지만

675
00:59:59,304 --> 01:00:02,181
너무 그러니까
아버지 상대하기가 힘들어요

676
01:00:03,516 --> 01:00:05,184
모르겠어요, 계속할 수 있을지

677
01:00:16,738 --> 01:00:19,407
[함께 웃는다]

678
01:00:22,744 --> 01:00:24,871
(철준 친구)
아, 병신
[철준 친구의 웃음]

679
01:00:27,332 --> 01:00:29,792
아, 이 새끼는 원, 쓰레기
[찰싹 때리는 소리가 난다]

680
01:00:30,376 --> 01:00:34,714
2007년 9월에
이제 이북을 떠났었거든요

681
01:00:34,797 --> 01:00:37,884
(철준 친구)
철준이 아빠가 처음에 얘기를 했어요

682
01:00:37,967 --> 01:00:39,761
오겠냐고 하더라고요

683
01:00:39,844 --> 01:00:42,889
철준이랑 같이 계속 같이 친구니까

684
01:00:50,355 --> 01:00:52,482
저희 고향에는 바다가 없거든요

685
01:00:52,565 --> 01:00:54,609
강만 있지, 바다는 없어요

686
01:00:54,692 --> 01:00:56,778
바다를 본 것도 신기하지만

687
01:00:56,861 --> 01:00:59,072
일하는 것도 여기가 처음이에요

688
01:01:00,657 --> 01:01:01,574
(철준 친구)
비뚤어졌어

689
01:01:01,658 --> 01:01:02,992
[철준이 중얼거린다]

690
01:01:03,993 --> 01:01:06,537
나는 수영은 패스

691
01:01:06,621 --> 01:01:08,581
난 운동해야 돼, 이제

692
01:01:08,665 --> 01:01:10,833
(철준)
배 타면 수영할 줄도 알아야 돼
이 새끼야

693
01:01:10,917 --> 01:01:13,920
새끼야, 다급할 땐 다 해, 인마
급한 상황에서는, 인마

694
01:01:14,462 --> 01:01:16,547
다급할 때 씨발, 물 존나 먹어 갖고

695
01:01:16,631 --> 01:01:20,176
'살려 주세요, 살려 주세요!'
막 이 지랄 떨 거 같은데
[철준 친구가 호응한다]

696
01:01:21,844 --> 01:01:22,887
(철준 친구)
그럴 거 같아, 진짜

697
01:01:26,808 --> 01:01:28,601
[함께 대화한다]

698
01:01:28,685 --> 01:01:30,019
[긴장되는 음악]

699
01:01:31,396 --> 01:01:32,939
[물소리가 흘러나온다]

700
01:02:16,107 --> 01:02:17,942
- (철준) 하나
- (선원) 하나, 둘, 셋

701
01:02:24,198 --> 01:02:25,491
[선원의 힘주는 신음]

702
01:03:03,154 --> 01:03:04,197
[철준의 다급한 신음]

703
01:03:25,760 --> 01:03:27,094
(철준)
올라오실래요?

704
01:03:27,178 --> 01:03:29,722
- (명호) 달아, 달아
- (선원) 달아, 달아, 달아
[철준 친구가 호응한다]

705
01:03:44,654 --> 01:03:45,655
[철준 친구의 탄성]

706
01:03:47,240 --> 01:03:48,783
[잔잔한 음악]

707
01:04:38,833 --> 01:04:40,334
(철준)
야, 이거 잡아

708
01:04:42,378 --> 01:04:43,462
(철준 친구)
나와 봐, 나와 봐

709
01:04:43,546 --> 01:04:44,839
(철준)
빨리 잡으라고, 이거

710
01:04:53,764 --> 01:04:55,933
[철준의 힘주는 신음]

711
01:04:56,017 --> 01:04:56,851
(철준)
하나, 둘

712
01:05:04,775 --> 01:05:06,152
담아

713
01:05:10,072 --> 01:05:11,699
[사람들이 대화한다]

714
01:05:16,704 --> 01:05:19,832
(철준 친구)
야, 물이 근데 안 나오는데?
[철준이 호응한다]

715
01:05:36,349 --> 01:05:37,433
(명호)
물이 안 나가

716
01:05:38,517 --> 01:05:39,810
좀 낮춰라, 낮춰라

717
01:06:03,918 --> 01:06:04,919
[명호가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]

718
01:06:05,002 --> 01:06:07,171
(명호)
패킹이야, 이거 패킹 탓이야

719
01:06:08,506 --> 01:06:11,759
패킹이 이게 커져 가지고
지금 안 맞는단 말이야

720
01:06:12,885 --> 01:06:14,762
[배 시동음]

721
01:06:19,684 --> 01:06:21,018
[흥미로운 음악]

722
01:06:41,122 --> 01:06:42,540
(용진 부인)
이거 밖에다 놔야 되나?

723
01:06:43,416 --> 01:06:44,333
안녕하세요?

724
01:06:44,417 --> 01:06:47,336
[사람들이 인사한다]

725
01:06:48,796 --> 01:06:51,549
아, 언니네 떼부자 되겠네
[성관과 성관 부인의 웃음]

726
01:06:52,883 --> 01:06:54,093
(성관)
대박 나겠네

727
01:06:56,262 --> 01:06:57,263
대박 나야지, 뭐

728
01:07:00,099 --> 01:07:01,308
[순희의 탄성]

729
01:07:11,277 --> 01:07:12,945
(명호)
어쨌든 흥하든 망하든
[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]

730
01:07:13,029 --> 01:07:16,407
이것은 자기 거, 자기 거
내 세계, 내가 일군 거

731
01:07:16,490 --> 01:07:19,577
그걸 자그마한 거라도 가지고픈 욕망이

732
01:07:19,660 --> 01:07:22,413
여기 사람들보다 저희들이 더 세요

733
01:07:22,496 --> 01:07:24,415
평생을 못 가져 보다 보니까

734
01:07:29,420 --> 01:07:32,256
[시끌벅적하다]
(순희)
와 주셔서 고마워요

735
01:07:36,260 --> 01:07:37,720
- (여자5) 건강하시고요
- (명호) 예, 예

736
01:07:37,803 --> 01:07:39,388
(여자5)
오늘도 바다 나갔다 오셨어요?

737
01:07:39,472 --> 01:07:40,389
(명호)
예

738
01:07:41,015 --> 01:07:43,350
(여자5)
언니 금방 부자 되겠네
[사람들이 호응한다]

739
01:07:43,434 --> 01:07:46,645
(명호)
전복, 소라, 해삼, 멍게

740
01:07:47,605 --> 01:07:48,522
그다음에 우리 뭐

741
01:07:48,606 --> 01:07:52,526
미역, 다시마, 쇠미역
이런 거는 이제 우리가 다, 어

742
01:07:53,360 --> 01:07:55,529
(여자6)
아니, 이렇게 줘 갖고
이게 남는 게 없을 텐데?

743
01:07:55,613 --> 01:07:58,074
아니야, 아니야, 많이 남아

744
01:07:58,157 --> 01:07:59,617
[사람들의 웃음]

745
01:08:00,409 --> 01:08:02,578
우리가 직접 잡는 걸로 하기 때문에

746
01:08:05,331 --> 01:08:08,000
내가 허리 한 번 더
숙이면 되거든, 사실상

747
01:08:13,047 --> 01:08:14,465
(명호)
당신이 다 까먹어도 좋아

748
01:08:14,548 --> 01:08:17,635
3년은 이해할게, 그러면 돼
[여자7이 호응한다]

749
01:08:17,718 --> 01:08:19,261
(여자7)
3년 뒤에 돈 못 벌면 쫓겨나?
[저마다 말한다]

750
01:08:19,345 --> 01:08:20,805
(명호)
그러면 돼, 응?

751
01:08:20,888 --> 01:08:21,972
그 배짱 아니고는 있지

752
01:08:22,056 --> 01:08:25,309
(순희)
3년 동안 다 까먹고
뭐, 빤쓰 바람에 나앉아?

753
01:08:25,392 --> 01:08:27,228
(명호)
그래, 그래
[사람들의 웃음]

754
01:08:27,311 --> 01:08:28,479
큰소리는…

755
01:08:28,562 --> 01:08:30,022
(여자7)
신랑이 그래도, 어?

756
01:08:30,106 --> 01:08:33,609
그렇게 팍팍 밀어준다고
할 때가 좋은 거지, 아니, 뭐…

757
01:08:33,692 --> 01:08:37,113
아니, 이 사람이 '하자, 하자' 해서
할 수 없이 한 거지, 식당을

758
01:08:37,196 --> 01:08:39,448
(여자7)
신랑도 무슨 계획이 있으니까 그랬겠지
[남자4가 중얼거린다]

759
01:08:57,758 --> 01:09:00,761
(명호)
내가 저렇게 주름살이 많았나?
[명호의 웃음]

760
01:09:05,474 --> 01:09:09,019
북한에서 고생 많이 했다는 게
딱 알겠네, 사진에

761
01:09:32,042 --> 01:09:33,669
[갈매기 울음]

762
01:09:51,020 --> 01:09:52,438
(순희)
손님 없는 건 응당한 거지

763
01:09:52,521 --> 01:09:55,566
우리가 여기에서 뭐
친구 있어, 친척 있어?

764
01:09:55,649 --> 01:09:58,235
그런데 없을 때는 되게 스트레스받고

765
01:09:58,319 --> 01:10:01,822
아이고, 우리가 여기에서
왜 못 태어났을까

766
01:10:01,906 --> 01:10:05,659
여기서 태어났으면 친구, 친척 있고
형제들 있으면

767
01:10:05,743 --> 01:10:07,661
이럴 때 어려울 때 의지가 되잖아

768
01:10:07,745 --> 01:10:11,916
근데 그게 없으니까
그런 서러움도 좀 있지

769
01:10:13,751 --> 01:10:15,336
[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]

770
01:10:15,920 --> 01:10:18,631
[행사가 진행된다]
[사람들의 박수]

771
01:10:19,423 --> 01:10:20,716
(남자5)
그러나 천신만고 끝에

772
01:10:20,799 --> 01:10:22,301
우리나라에 들어오기는 했지만

773
01:10:22,885 --> 01:10:25,095
남한의 생활이 굉장히 만만치 않습니다

774
01:10:25,179 --> 01:10:29,391
우선은 우리 한국 사람들이 보는
이탈 주민들에 대한 편견

775
01:10:29,475 --> 01:10:32,811
그다음에 또
그로 말미암은 냉대, 무관심

776
01:10:32,895 --> 01:10:35,648
이런 거로 인해서
굉장히 실의에 빠지는

777
01:10:35,731 --> 01:10:38,275
이런 상황들이
계속해서 발생되고 있습니다

778
01:10:38,359 --> 01:10:41,070
(진행자)
자, 고무장갑 풍선 불기
누가 빨리 부느냐

779
01:10:41,153 --> 01:10:42,321
[사람들의 웃음]
준비!

780
01:10:45,741 --> 01:10:47,660
[사람들의 탄성과 웃음]

781
01:10:49,078 --> 01:10:50,412
[사람들의 환호와 박수]

782
01:10:50,496 --> 01:10:52,748
[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]

783
01:10:52,831 --> 01:10:56,043
♪ 사랑한다고 ♪

784
01:10:56,126 --> 01:11:00,589
♪ 말할 걸 그랬지 ♪

785
01:11:02,132 --> 01:11:04,635
[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]
[명호가 계속 노래한다]

786
01:11:14,270 --> 01:11:15,646
[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]
[사람들의 추임새]

787
01:11:15,729 --> 01:11:19,400
(여자8)
♪ 원하는 것은
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♪

788
01:11:19,483 --> 01:11:21,318
[사람들의 박수]
[사람들의 추임새]

789
01:11:22,361 --> 01:11:26,824
♪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
될 수가 있어 ♪

790
01:11:29,159 --> 01:11:34,039
♪ 이렇게 우린
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♪

791
01:11:34,873 --> 01:11:36,625
[사람들이 흥겨워한다]

792
01:11:36,709 --> 01:11:41,213
♪ 이렇게 우린
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♪

793
01:11:42,506 --> 01:11:45,884
♪ 아아, 우리 대한민국 ♪

794
01:11:46,802 --> 01:11:49,471
♪ 아아, 우리 조국 ♪

795
01:11:50,264 --> 01:11:56,270
♪ 아아,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♪

796
01:11:56,353 --> 01:11:57,604
(여자9)
다 같이!

797
01:11:57,688 --> 01:12:00,399
[사람들이 계속 노래한다]

798
01:12:02,735 --> 01:12:03,736
(철훈)
우리 가족 입장에서도

799
01:12:03,819 --> 01:12:06,196
[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]
북한에서 넘어왔잖아요

800
01:12:06,947 --> 01:12:09,325
그러니까 우린 이젠
국적은 한국 사람이잖아요

801
01:12:09,908 --> 01:12:12,661
하지만 북한에서 태어났고

802
01:12:12,745 --> 01:12:15,247
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

803
01:12:17,708 --> 01:12:20,919
(철훈)
그때 아빠가 넘어오기 전에
한 말이 그거거든요

804
01:12:22,004 --> 01:12:25,132
엄마랑 나만 있으면
안 넘어와도 되는데

805
01:12:25,215 --> 01:12:29,303
너희 두 자식이 있기 때문에
늦기 전에 넘어가야 된다

806
01:12:30,012 --> 01:12:32,431
북에서부터 아빠는 약간 그런

807
01:12:32,514 --> 01:12:35,768
가장으로서의 책임을
다하시는 분이었어요

808
01:12:36,268 --> 01:12:40,564
아빠가 젊지 않으시잖아요

809
01:12:44,693 --> 01:12:46,653
(철훈)
아빠가 가장 겁이 나는 게

810
01:12:46,737 --> 01:12:50,657
아빠가 만약 일을 못 하시는 순간

811
01:12:50,741 --> 01:12:54,787
집안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까라는
걱정을 계속하시는 것 같아요

812
01:13:15,557 --> 01:13:17,059
(철준)
뭘 그렇게 열심히 싸냐?

813
01:13:18,185 --> 01:13:22,606
(철훈)
그, 그, 매고 가는 가방
형 가방 두 개 있다며

814
01:13:23,273 --> 01:13:24,775
[지퍼 소리가 직 들린다]

815
01:13:25,359 --> 01:13:27,486
(철훈)
이거는 내 도장인데, 이것도

816
01:13:32,991 --> 01:13:34,993
(명호)
철훈이 가는 데가 브리즈번이야?

817
01:13:36,620 --> 01:13:38,455
- (명호) 자, 한잔하자, 자
- (철준) 잘 가라

818
01:13:38,997 --> 01:13:40,082
(순희)
[웃으며]
'잘 가라'야?

819
01:13:40,707 --> 01:13:42,584
(명호)
브리즈번을 위하여
[철준의 웃음]

820
01:13:43,502 --> 01:13:44,336
(순희)
아이고

821
01:13:49,383 --> 01:13:51,093
[가족들의 웃음]

822
01:14:23,876 --> 01:14:25,794
[차분한 음악]

823
01:15:36,949 --> 01:15:38,617
(철준 친구)
올라오세요

824
01:15:47,334 --> 01:15:48,335
(명호)
왜?

825
01:15:48,418 --> 01:15:50,337
- (철준 친구) 물이 안 나와요
- 물이 안 나와

826
01:15:50,420 --> 01:15:54,132
(명호)
안 나와? 안 나와? 어?

827
01:15:56,093 --> 01:15:59,388
괜찮아? 작업할 만해?

828
01:16:06,061 --> 01:16:07,062
[배 엔진음이 멈춘다]

829
01:16:07,145 --> 01:16:08,897
껐어?

830
01:16:08,981 --> 01:16:11,191
- 껐어? 껐나?
- (철준) 네?

831
01:16:33,255 --> 01:16:35,173
그러면 녹으면서 터진단 말이야

832
01:16:35,257 --> 01:16:36,967
(철준)
지금 녹기 직전이에요

833
01:16:37,050 --> 01:16:38,927
녹기 직전이야? 녹지는 않았어?

834
01:16:39,011 --> 01:16:40,345
(철준)
예, 녹지는 않았어요

835
01:16:42,097 --> 01:16:42,931
[한숨]

836
01:16:44,099 --> 01:16:45,559
[쓸쓸한 음악]

837
01:17:09,082 --> 01:17:12,669
(명호)
배가 고장 난 게 꼭
내가 고장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

838
01:17:14,254 --> 01:17:17,424
탈북한 이후로 거의 쉬지 않고
일만 했죠

839
01:17:17,507 --> 01:17:19,301
나로서도 불안하니까

840
01:17:23,722 --> 01:17:27,017
사실 잠수 일은 지금도 두렵거든요

841
01:17:27,100 --> 01:17:28,685
근데 뭐 어쩌겠어요

842
01:17:28,769 --> 01:17:30,729
인생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

843
01:17:31,605 --> 01:17:34,191
안 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
그런 건 아니니까

844
01:17:34,274 --> 01:17:37,569
내가 아버지고 내가 남편인데

845
01:17:43,408 --> 01:17:47,663
지금도 북한을 넘어오던 그날 밤을
생각하면 잊혀지지가 않거든요

846
01:17:48,997 --> 01:17:51,667
그런데 지금도 그날하고
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

847
01:17:52,376 --> 01:17:55,253
우리는 여전히 남한에서 불안하고

848
01:17:55,337 --> 01:17:57,589
나는 아직도 늘 위험하고

849
01:18:00,467 --> 01:18:01,843
[부드러운 음악]

850
01:18:13,939 --> 01:18:17,567
잠수부가 사고 나니까
어쩔 줄 모르는 거야

851
01:18:18,276 --> 01:18:20,987
똑바로 지휘하는 사람이
한 명도 없어

852
01:18:21,071 --> 01:18:22,531
어떻게 할지

853
01:18:22,614 --> 01:18:24,950
투구를 벗겨야 된다
벗기지 말아야 된다

854
01:18:25,033 --> 01:18:26,410
뭐, 어쩌고저쩌고

855
01:18:26,493 --> 01:18:29,538
다 그저 떠들기만 하고 하나도 없어

856
01:18:30,247 --> 01:18:31,331
그때는

857
01:18:31,832 --> 01:18:34,710
그, 내가 해 놓은 대로

858
01:18:34,793 --> 01:18:36,753
쭉 따라서 그냥 하면 되는 거야

859
01:18:37,337 --> 01:18:38,588
(철준)
적어 놓은 거 있어요?

860
01:18:38,672 --> 01:18:39,798
적어 놓은 거 있어
[철준의 웃음]

861
01:18:39,881 --> 01:18:40,757
내가 자리까지 다 봐 뒀어

862
01:18:40,841 --> 01:18:43,844
자리는 저쪽으로
산 쪽으로 가는 골짜기로 가서

863
01:18:44,386 --> 01:18:47,597
너하고 철훈이하고 같이 매고, 응?

864
01:18:47,681 --> 01:18:50,267
[철준이 중얼거린다]
삽 들고, 응?

865
01:18:50,350 --> 01:18:53,562
장례식장이나 그런 데
복잡한 데 가지 말고

866
01:18:55,981 --> 01:18:56,940
[철준의 헛기침]

867
01:18:57,023 --> 01:18:59,443
장례 비용은 5만 원이면 되고
[철준의 탄성]

868
01:19:01,486 --> 01:19:04,614
그런 데 가지 말고
자기 집에다가 안치했다가

869
01:19:04,698 --> 01:19:05,699
(철준)
관 있잖아요, 관 안에다가

870
01:19:05,782 --> 01:19:08,285
관은 왜? 잠수복 있는데 왜 관이야?

871
01:19:09,077 --> 01:19:11,329
(명호)
그대로 투구까지 딱 씌워서

872
01:19:11,413 --> 01:19:13,832
그대로 난 거기다
갖다가 묻어만 주면 돼

873
01:19:13,915 --> 01:19:16,376
(철준)
아버지 있잖아요, 이제 50살이잖아요
[명호가 호응한다]

874
01:19:16,460 --> 01:19:19,045
30년 더 산다고 쳐도

875
01:19:19,129 --> 01:19:22,132
30년 안에 북한이 열리지 않을까?

876
01:19:22,716 --> 01:19:25,218
- (명호) 아이, 뭐
- 북한 가야지

877
01:19:25,302 --> 01:19:28,013
(명호)
남한이 열자고 그러지 않는데
열리겠나?

878
01:19:28,096 --> 01:19:29,556
가지

879
01:19:30,390 --> 01:19:32,017
[명호의 힘주는 신음]

880
01:19:41,610 --> 01:19:43,862
(명호)
그다음에 저기, 그
이인모라는 사람이 왔을 때

881
01:19:43,945 --> 01:19:46,156
그 사람 진달래에 대한 시를
아주 잘 썼더라고

882
01:19:47,324 --> 01:19:49,117
'장미의 붉음은 아니지만'

883
01:19:49,201 --> 01:19:51,745
'이른 봄 늦을세라'

884
01:19:53,288 --> 01:19:56,082
'남 먼저 피어나는 연분홍빛'

885
01:19:56,750 --> 01:19:59,377
'수줍은 듯 피어나는 연분홍빛'

886
01:20:00,086 --> 01:20:01,797
'진달래'

887
01:20:08,637 --> 01:20:10,806
나 주는 거야?
[웃음]

888
01:20:11,348 --> 01:20:12,307
벌써 이렇게 컸어?

889
01:20:12,390 --> 01:20:14,476
(명호)
어, 어, 놀랍지?

890
01:20:15,185 --> 01:20:16,937
[순희가 냄새를 씁 맡는다]
[순희의 탄성]

891
01:20:17,020 --> 01:20:18,230
- (순희) 꽂아 놓자
- (명호) 거기다 놔

892
01:20:42,587 --> 01:20:44,548
[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]

893
01:21:39,728 --> 01:21:41,146
(명호)
올라간다

894
01:21:41,229 --> 01:21:43,231
[웅장한 음악]

895
01:22:32,530 --> 01:22:34,532
[활기찬 음악]

896
01:24:57,801 --> 01:24:59,803
자막: 박선희



